사순절 묵상 1일
서론
사순절의 첫날, 우리는 조용히 하나님 앞에 섭니다. 이 절기는 단순히 경건을 강조하는 종교적 기간이 아니라,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신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우리 자신의 심령을 정직하게 비추어 보는 시간입니다. 사순절의 시작은 언제나 회개에서 출발합니다. 부활의 영광으로 가기 전에, 우리는 먼저 우리의 어두움을 직면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의 본문은 시편 139편 23-24절입니다.
“하나님이여 나를 살피사 내 마음을 아시며 나를 시험하사 내 뜻을 아옵소서
내게 무슨 악한 행위가 있나 보시고 나를 영원한 길로 인도하소서.”
이 말씀은 다윗의 가장 깊은 기도입니다. 사순절의 첫걸음을 내딛는 우리의 고백이 되어야 할 기도입니다.
묵상
시편 139편은 하나님의 전지하심과 전능하심을 노래합니다. 주님은 우리의 앉고 일어섬을 아시고, 우리의 생각을 멀리서도 아십니다. 우리가 아직 말을 혀에 올리기도 전에 주님은 이미 알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완전히 아십니다. 그분 앞에서는 숨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다윗이 그 사실을 두려워하며 도망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그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나를 살피사… 시험하사… 보시고…” 이것은 자발적인 고백입니다. 그는 하나님의 빛 아래 서기를 선택합니다. 자신의 어둠이 드러나더라도, 그것이 은혜의 시작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드러내시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사순절은 숨는 계절이 아니라 드러나는 계절입니다. 회개는 부끄러움의 종착지가 아니라 은혜의 출발점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살피실 때, 그 목적은 정죄가 아니라 인도입니다. “나를 영원한 길로 인도하소서.” 이 기도는 단순한 죄 고백이 아니라 방향 전환의 요청입니다.
악한 행위란 단지 외적인 범죄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하나님 없이 스스로 중심이 되어 살아가려는 마음, 겉으로는 경건하나 속으로는 자기 의에 머무는 태도, 하나님보다 세상의 인정과 성공을 더 붙드는 욕망, 이것이 바로 우리의 깊은 악입니다. 사순절의 시작은 바로 이 내면의 뿌리를 드러내는 자리입니다.
다윗은 “내게 무슨 악한 행위가 있나 보시고”라고 기도합니다. 그는 스스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시선에 자신을 맡깁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엄격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빛은 공의롭고 동시에 자비롭습니다. 그 빛이 우리를 비출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정확히 보게 됩니다.
사순절은 자기 성찰의 계절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 혐오로 끝나는 시간이 아닙니다. “영원한 길”이라는 표현은 단지 도덕적 개선이 아니라 구속의 길을 의미합니다. 그 길은 결국 십자가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자신을 발견할수록, 우리는 십자가의 필요를 더 깊이 깨닫게 됩니다. 회개는 십자가를 향해 걷는 첫 걸음입니다.
오늘 우리는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 제 마음을 살펴 주십시오.” 이 기도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은혜의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살피실 때, 그분은 우리를 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치시기 위해, 인도하시기 위해, 영원한 길로 이끄시기 위해 살피십니다.
사순절의 첫날, 우리는 도망치지 않고 빛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 빛 안에서, 우리는 진짜 자유를 발견하게 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사순절의 첫날, 저는 조용히 주님 앞에 섭니다.
이 시간 제 영혼을 열어 주님 앞에 드립니다.
“하나님이여 나를 살피사 내 마음을 아시며…”
이 말씀처럼 제 마음을 살펴 주옵소서.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흔들리고 있는 생각들,
사람에게는 숨겼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숨길 수 없는 동기들,
그 모든 것을 주님 앞에 드러내어 주옵소서.
주님, 저는 제 자신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스스로를 의롭다 여기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때로는 죄를 죄로 인정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제 눈을 열어 주옵소서.
제 안에 있는 교만을 보게 하시고,
사랑 없는 태도를 깨닫게 하시며,
하나님보다 세상을 더 붙들고 있는 마음을 발견하게 하옵소서.
그러나 주님, 저를 살피시는 이유가
정죄가 아니라 인도이심을 믿습니다.
저를 부끄러움 속에 버려두지 않으시고,
영원한 길로 이끄시는 아버지이심을 믿습니다.
제 안에 무슨 악한 행위가 있는지 보게 하시고,
그것을 끊을 용기를 주옵소서.
회개를 미루지 않게 하시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옵소서.
사순절의 이 여정이
겉모습만 바꾸는 시간이 되지 않게 하시고,
제 중심이 흔들리는 깊은 각성의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시는 주님을 따라
저도 제 안의 죄를 내려놓고 걷게 하옵소서.
주님, 저를 영원한 길로 인도하소서.
잠시의 만족이 아니라 영원의 기쁨을 향해,
사람의 칭찬이 아니라 하나님의 기쁨을 향해
제 발걸음을 인도하여 주옵소서.
빛 되신 하나님 앞에 숨지 않겠습니다.
주님의 빛 안에서 정직하게 서겠습니다.
그리고 그 빛 안에서 새롭게 되기를 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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