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강하다”는 뜻은 무엇인가?
로마서 15장 1절은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믿음이 강한 우리는 마땅히 믿음이 약한 자들의 약점을 담당하고, 자기를 기쁘게 하지 아니할 것이라” (개역개정).
1. 원어적 해석
“믿음이 강한”은 헬라어로 ὀφείλομεν δὲ ἡμεῖς οἱ δυνατοὶ에서 δυνατοὶ (dunatoi)로 표현됩니다. 이 단어는 “능력이 있는,” “힘이 있는,” 또는 “유능한”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사용된 δυνατοὶ는 단순히 신체적 강함이나 권력의 의미가 아니라, 믿음 안에서 “강건함”이나 “성숙함”을 강조합니다.
δυνατοὶ는 로마서 14장에서 언급된 “믿음이 약한 자” (ἀσθενέω, astheneo)와 대조적으로 사용됩니다. ἀσθενέω는 “약하다”는 뜻으로, 주로 믿음이 성숙하지 못하거나 특정 신앙적 문제에 대해 확신이 부족한 상태를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믿음이 강하다”는 단순히 더 나은 신앙적 지식을 가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신앙적으로 견고하며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책임감을 수반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2. 신학적 의미
바울은 “믿음이 강하다”는 것을 단순히 자신의 신앙적 성취로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약한 자를 책임지고 그들의 연약함을 도우며 격려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이 믿음은 “자기 중심적”이 아니라 “타인 중심적”입니다. 여기서 신학적 핵심은 성숙한 믿음의 책임감과 공동체 안에서의 섬김입니다.
바울이 강조하는 믿음의 강함은 단순히 교리적 지식이나 신학적 확신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믿음은 성숙한 영적 민감성과 겸손, 그리고 사랑 안에서의 행위로 드러납니다. 이는 갈라디아서 5:13-14에서 바울이 말한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 하라”는 명령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또한, “믿음이 강하다”는 것은 개인의 신앙적 자유를 넘어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태도를 포함합니다. 로마서 14장에서 이미 바울은 음식 문제와 같은 일상적 갈등 상황에서 믿음이 강한 자가 믿음이 약한 자를 판단하거나 실족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이는 로마서 15장 1절에서 구체화됩니다.
3. 본문의 맥락에서의 적용
“믿음이 강한 자”는 자신의 신앙적 자유를 강조하기보다, 믿음이 약한 자들의 약점을 “담당”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여기서 “담당하다”는 표현은 헬라어 βαστάζω (bastazo)로, “지다,” “인내하다,” 또는 “받아들이다”는 뜻입니다. 이는 단순히 약점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부족함을 기꺼이 짊어지고 돕는 행위를 포함합니다.
바울은 믿음이 강한 자가 자신의 기쁨이나 편의를 추구하는 대신, 약한 자의 성장을 위해 희생적인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 즉 자신의 기쁨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희생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반영합니다(롬 15:3).
4. 현대적 적용과 교훈
“믿음이 강하다”는 것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자기 과시적 태도가 아니라, 약한 자를 위한 섬김과 책임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이는 오늘날 교회 공동체에서 신앙적으로 성숙한 자들이 약한 자들을 돕고 세우는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성숙한 믿음은 자신에게만 집중되지 않고, 약한 자들의 성장을 위해 인내와 사랑으로 함께 걸어가는 과정에서 실현됩니다. 바울이 제시하는 이 모델은 “강함”의 정의를 세상적 기준이 아닌, 예수님 안에서의 희생적 사랑과 섬김으로 재해석합니다.
따라서 로마서 15장 1절에서 “믿음이 강하다”는 것은 단순한 신앙적 확신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약한 자들을 섬기며 그들의 믿음이 자라도록 돕는 성숙한 믿음의 표현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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