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22:24-38 묵상, 진짜 큰 자는 누구인가

섬김의 길과 시험 앞에 선 믿음

본문 요약 (누가복음 22:24-38)
예수께서는 제자들 사이에 누가 큰 자인가 하는 다툼이 일어난 것을 지적하시며, 크고자 하는 자는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이어 자신이 시험을 받을 것을 말씀하시며, 베드로의 부인을 예고하시고, 이전과는 다른 시기를 대비하라고 제자들에게 준비를 당부하십니다. 예수는 제자들이 겪게 될 혼란을 아시며, 그들에게 믿음과 인내를 당부하십니다.

본문의 구조

  • 제자들 사이의 다툼과 예수님의 섬김에 대한 교훈 (22:24-27)
  • 예수님의 나라와 제자들에게 주신 약속 (22:28-30)
  • 베드로의 부인 예고와 기도 당부 (22:31-34)
  • 새로운 시대를 향한 준비의 당부 (22:35-38)

진짜 큰 자는 누구인가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의 떡과 잔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신 직후, 제자들 사이에서는 누가 크냐는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24절의 장면은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위기의 순간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와 권리에 더 집중합니다. ‘누가 크냐’는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의 권력욕과 자아의 발로입니다. 여기서 ‘다툼’으로 번역된 헬라어 ‘φιλονεικία’(philoneikia)는 ‘경쟁적 다툼’, ‘자존심이 걸린 논쟁’을 의미합니다. 이 단어는 신학적으로 볼 때,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가장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당시 사회 구조를 비판적으로 언급하시며, 세상의 큰 자들은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 하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다르다고 말씀하십니다. 26절에서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을지니”라는 말씀은 예수님 공동체의 철학을 명확히 선언하는 부분입니다. ‘섬기는 자’는 헬라어 ‘διάκονος’(diakonos)로, 본래 ‘식탁에서 시중드는 사람’을 뜻합니다. 예수님께서 공동체 안에서 권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신 말씀입니다.

27절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예로 드시며, “나는 섬기는 자로 너희 중에 있노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단순한 도덕적 본보기가 아니라, 예수님의 사역 전체를 요약하는 선언입니다. 하나님이신 분이 친히 인간이 되어 무릎을 꿇고 섬기신 그분의 삶은, 인간의 모든 가치 체계를 뒤엎는 혁명이었습니다. 교회와 공동체가 진정한 권위를 세우려면, 바로 이 섬김의 자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시험을 이기는 자에게 주어질 상

예수께서는 다툼 중에도 제자들에게 깊은 애정을 보이십니다. 28절에서 “너희는 나의 모든 시험 중에 항상 나와 함께 한 자들”이라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시험’은 헬라어 ‘πειρασμοί’(peirasmoi)로, 단순한 유혹이 아니라 신앙의 진위를 가리는 연단의 의미입니다. 예수님의 공생애는 끊임없는 시험과 도전의 연속이었으며, 제자들은 그 자리에 함께 있었습니다. 완전하지 않았지만 예수님은 그들의 동행을 귀하게 여기셨습니다.

29절과 30절은 하늘의 보상을 약속하는 장면입니다. “내 아버지께서 나라를 내게 맡기신 것 같이 나도 너희에게 맡겨 너희로 내 나라에 있어 내 상에서 먹고 마시며”라는 말씀은 천국 공동체 안에서의 친밀함과 권세를 상징합니다. ‘맡기다’는 헬라어 ‘διατίθεμαι’(diatithemai)는 유언을 남기듯 진지하게 유산을 분배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께 주신 왕권을 예수님은 제자들과 나누십니다.

“보좌에 앉아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다스리게 하리라”는 말씀은 상징적으로, 제자들이 하나님의 나라에서 중요한 사명을 맡게 될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보상의 개념이 아니라, 섬김과 인내 끝에 주어지는 영광의 자리입니다. 그들은 지금은 다투고 흔들리는 존재들이지만, 예수님의 인내와 은혜 아래 훈련받으며 결국 사도로 세워질 것입니다.

흔들릴 때 지켜주시는 믿음

31절부터 예수님은 베드로를 향한 개인적인 예언을 주십니다. “시몬아 시몬아 보라 사탄이 너희를 밀 까부르듯 하려고 요구하였으나”라는 말씀은 영적 전쟁의 실체를 보여줍니다. ‘밀 까불다’는 표현은 헬라어 ‘σινιάζω’(siniazō)인데, 밀알을 체에 쳐서 좋은 알곡과 쭉정이를 구분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사탄은 제자들의 믿음을 시험하여 무너뜨리려 합니다. 여기서 ‘요구하다’는 헬라어 ‘ἐξαιτέομαι’(exaiteomai)는 강하게 요청하는, 간절히 얻으려는 자세를 담고 있습니다. 사탄은 예수님의 제자들, 특히 베드로를 쓰러뜨리기 위해 허락을 구했고, 하나님은 그 시험을 허용하셨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내가 너를 위하여 네 믿음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하였노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떨어지다’는 헬라어 ‘ἐκλείπω’(ekleipō)는 ‘완전히 사라지다’, ‘소멸되다’는 뜻으로,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라 믿음의 뿌리 자체가 뽑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그런 완전한 낙심과 좌절에서 베드로를 지켜주시기 위해 중보하셨습니다. 이는 우리의 믿음이 유지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우리의 의지가 아닌, 예수님의 기도에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네가 돌이킨 후에 네 형제를 굳게 하라”는 말씀은 회복 후의 사명을 내포합니다. 베드로는 실수하고 넘어지지만, 회개하고 돌아온 이후에는 더 강한 사람으로 세워져야 합니다. 여기서 ‘돌이키다’는 헬라어 ‘ἐπιστρέφω’(epistrephō)는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회개의 동작입니다. 그리고 ‘굳게 하라’는 ‘στήριξον’(stērixon)은 다른 사람을 지지하고 세워주는 역할을 가리킵니다.

베드로는 자신 있게 “주와 함께 죽는 데에도 가기를 각오하였나이다”라고 말하지만, 예수님은 “오늘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부인하리라”고 정확하게 예언하십니다. 이 장면은 인간의 연약함과 동시에 예수님의 인내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실패를 아시는 주님은 그것을 통해도 당신의 사람을 만드십니다. 믿음은 실패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실패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힘입니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준비

35절부터는 이전 사역의 방식과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예수님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제자들에게 “전에 전대나 배낭이나 신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을 때에 부족한 것이 있더냐”고 물으시고, 그들이 “없었나이다”라고 답하자, 예수님은 새로운 준비를 명령하십니다. “전대 있는 자는 가질 것이요 배낭도 그리하고 칼 없는 자는 겉옷을 팔아 살지어다”라는 말씀은 단순한 무장 지시가 아니라, 곧 닥쳐올 환난의 현실을 대비하라는 의미입니다.

이제 제자들은 예수님의 지상 사역에 더 이상 의지할 수 없고, 각자의 믿음으로 견뎌야 할 시대에 접어들게 됩니다. 여기서 ‘칼’은 헬라어 ‘μάχαιρα’(machaira)로, 전쟁용이기보다는 자위용 또는 생존을 위한 작은 칼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의도는 폭력이 아닌, 준비된 신앙인의 태도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38절에서 제자들이 “주여 보소서 여기 칼 둘이 있나이다”라고 하자, 예수님은 “조카다”라고 하십니다. 이 대답은 단호하거나 만족의 표현이기보다는, 그들의 이해 부족에 대해 더 이상 설명하지 않으시겠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여전히 예수님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침묵하십니다. 그들의 성장과 깨달음은 이후에 성령을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예수님은 37절에서 “불법자의 동류로 여김을 받았나니”라는 말씀을 통해 자신의 십자가가 단순한 고난이 아니라, 구약의 예언 성취임을 밝히십니다. 이사야 53장의 고난받는 종의 예언이 이제 실현됩니다. 예수님은 죄 없으시지만, 죄인의 자리에 서셨습니다. 그것은 인류를 위한 완전한 속죄의 시작이었습니다.

결론

누가복음 22:24-38은 섬김과 배신, 믿음과 실패, 준비와 혼란이 교차하는 깊은 장면입니다. 제자들은 여전히 세상의 기준으로 크기를 따지고, 예수님은 그들에게 하늘나라의 권위를 설명하십니다. 섬김의 자리, 실패 속 회복, 그리고 혼란 앞의 준비는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교훈입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연약함을 아시면서도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 연약함을 안고 함께 걸어가십니다. 베드로처럼 흔들릴 수 있지만, 예수님의 중보로 우리는 다시 회복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실패는 끝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 회복의 목적은 다른 형제를 굳게 세우는 사명입니다.

세상은 점점 더 혼란스럽고, 예수님의 부재를 느끼는 순간도 많지만, 주님은 여전히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전대와 배낭과 칼을 준비하라.” 깨어 있으라, 기도하라, 믿음을 준비하라. 그러면 어떠한 시험이 와도 우리는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그 시험 가운데서 더욱 단단해질 것입니다. 주님은 오늘도 우리와 함께 그 길을 걷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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